Graphic design is... [  ]



Graphic design s nothing
이라는 글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누군가에게 남긴 댓글. (그래픽디자이너 어민선 블로그에서)



---
junho님 안녕하세요. 누추한 곳에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한다는 사람으로서
그래픽 디자인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곧 그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하는 사람’이
되니까 굉장히 자학적이고 모순적인 말로 비춰질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 말에 그런 의미를
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 짧은 구절에서는 있는 그대로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고, 디자인을 하지 않거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인재들이 보게 된다면
허망한 혼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저도 단순히 말을 던져놓고 있는데 생각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junho님 말씀대로 더 좋은(아름답고 기능적이며 산업과 경제, 문화에도 기여하고 기분좋고
물질-정신 양면으로 풍요롭고 인간의 의사소통 영역을 확장시키고 등등) 세상을 만드는데
역사적으로도 (그래픽)디자인이 실제로 기여한 부분이 크고 역시나 그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도 공부하고 있는 사람중의 1인 일뿐이죠.

또한 그러한 그래픽 디자인의 아름답고 온건하며 긍정적인 목적과 실재는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어(두 영역은 오늘날 사실상 별 구분과 의미가 없어지고
있지만) 너무나 근본적인 것이고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사실 사회 어느 분야나 그러한
정당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만 유별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저러한 극단적인 표현의 이면에는 디자이너로서 스스로를 돌이켜 볼 때 디자인이
뭔가 특별한 것이고 고로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속된 말로 ‘자뻑’
이나 나르시시즘에 젖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살아온 건 아닌지에 대한 자기 성찰적인
자학적 비웃음과 질문이 담겨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말씀처럼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겠지만)

다음으로, 강력한 사회적 전달 매체와 권력으로써 그래픽 디자인이 양적, 피상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과는 반대로 과소비의 조장이나, 브랜드
없이는 기업도, 독립된 자아로서의 개인도, 너도 나도 물질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 혹은 일조한 ‘하이드’의 모습도 분명 존재한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광고나 정책에서 ‘디자인, 디자인 경영, 어쩌구’하는 것들이—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당연히 있긴 하겠지만—과연 디자이너나 사용자에게 있어 디자인을 문화로서
바라보게 만드는 거시적 안목이 담긴 이야기인지, 디자인을 하나의 구호나 정치적 선동 수단,
단발적 이벤트 요소로 활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건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러한 의미라면 그래픽 디자인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넘어 오히려 ‘대단히 위험한 것’ 혹은
‘잘못된 것’으로 전락할(한) 측면도 있는 것이겠구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대단한 것으로
포장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닭살스럽고 불쾌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요.

게다가,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의 그래픽 디자인은 역사적으로 정책-교육의 두 가지 제도적
차원에서 산업화와 국가 정책의 도구로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리고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역사적 필연성을 인정하고서라도) 거의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고
일변도를 달려왔습니다. 이는 실로 그동안 청소년(더 구체적으로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지원하고 싶어하는 수험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이 뭔가 정보화 산업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엄청난 부가(물질적)가치를 가진 분야이고, 이를 통한 자아 실현의 희망을 잠재적으로 지닌
시대적 현상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어두운 부분에 대한 비평적 시각이
거의 없는 그러한 환상(환상이 멋진 꿈으로 변할 수도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을 심어주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다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디자인도 결국 뭐 대단한
거 아니니,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지 말고 자라나는 인재들에게 허망한 꿈을 심어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으면 한다”라는 의미를 극단적으로 표현했던
것이겠습니다. 여기서 내실이란 산업과 정책 도구로써의 제한적 디자인 환상이 아닌
(예비)디자이너들이 또 다른(뭐든 간에)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를 꿈꿀 수 있게 하는
부분이겠습니다. 난립하는 디자인 대학과 과잉 배출되는 디자이너들만 보아도 이 부분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네요.

덧붙혀 2007년부터의 제 관심중의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그래픽 디자인과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 문화가 산업과 정책 관련 일변도를 걸어온 부분에 있습니다. 역시 또 다른 논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 대학이나 사립 디자인 교육기관 등에서
길러진 창창한 인재들이 사회로 나가서 먹고 살기 위해(혹은 각자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시다시피 거의 뻔하게 정해져 있었고 아직도 그러한 길이 지배적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게 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며, 디자인 문화가 한
길을 벗어나 다양성을 찾는다 하더라도 산업적 측면이 공존해야 생존할 수 있는 부분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산업과 정책을 위한 디자인은 미래적 자본주의 사회의 운명과 함께
발전해야 함이 마땅하고, 말씀하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변을 하다보니 제가 쓴 한 줄의 문구에 대한 내용 치고는 너무 길었는데,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군요. 무슨 암호 풀이도 아니고 하하. 어쨌든 결론은 디자인에 대한 환상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었습니다. 적절한 의견 고맙슺니다.

(글을 처음부터 이렇게 쓸것을. 하하하.)



---
공감+think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daeun0210.egloos.com/tb/2169736 [도움말]

덧글

덧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