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을 디자인하다-Saving by Design plus+ 전 [  ]



제 할 일을 다하고 난 것들에 다시 새로운 역할을 찾아주고 활용하는 것. 마치 김춘수의 시처럼 ‘꽃’이라고 호명함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아름다운 의식과 같다. 지난 10월 디자인을 통해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디자인 메이드 2008을 기억하는지. 이 때의 전시 폐기물들이 17명(팀)의 디자이너들에 의해 ‘plus’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미션을 부여 받았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자료제공 |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지난 3월2일 한국디자인문화재단 디자인 갤러리 D+에서 시작된 ‘Saving by Design plus+’전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던 ‘Saving by Design’ 전의 후속 전시다. 기존 사물의 기능에 대한 재해석, 새로운 기능의 부여, 다시 사용하기, 스웨덴 DIY 가구 브랜드 이케아를 통한 사용, 개조 및 변형의 모색, 신발 브랜드 캠퍼의 사례로 보는 공정과정 줄이기. 다섯 가지 방안으로 ‘디자인을 통한 절감’을 이야기했던 ‘Saving by Design’ 전이 남긴 각종 폐기물들이 3월30일까지 예정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전시에 참여했던 김기라, 이겸비, 주상현, 한지인 등 총 13명(팀)을 비롯해, 전시 폐기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당선된 김자영, 조아라, 김지연, 마농탄토스튜디오 4명(팀)이 함께 했다. 


전시 폐기물의 재활용
전시장 입구의 알루미늄 포일은 55개의 고리로 분해 동그라미의 조형성과 균형미를 살린 조명으로 다시 태어났고, 이미 지난 전시에서 폐기물의 최소화, 공간의 최소화를 고려했던 프로젝트 팀 빈의 삼각뿔 유닛은 재조립을 통해 널찍한 의자로 역할을 부여받았다. 
전시의 섹션을 구분하고, 의도를 설명했던 패브릭 사인물과 포스터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 의해 각각 컵받침과 간단한 노트가 되었다. 전시장의 폐기물을 부수고(break) 분해한다는 의미의 단어를 ‘break time’으로 연결시켜 휴식을 위한 아이템으로 확장시킨 예다.

공모를 통해 아이디어가 당선된 조아라는 쓸모 없어 보이는 플라스틱 매쉬망에 전시 현수막을 ‘입혀’ 놓아 카펫을 만들었다. 지난 전시에 참여했던 스튜디오 맺음의 아이디어를 만나 편안하게 뭉쳐놓으니 ‘플라스틱 매쉬 소파’로 역할한다. 전시장을 벽면에서 전시의 컨셉을 그대로 드러냈던 쌀포대 용지는 김현주에 의해 농부들의 노동까지 의식한 ‘농부의 휴식’이라는 의자로 변모한다. 그런가 하면 이상진의 아이디어대로 각 섹션을 안내했던 네온 사인들을 겹쳐 배치하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소통에 관해 말하는 개념 작품이 된다.

벽면 마감재부터 디스플레이 폐기물까지 두루 활용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해킹 이케아 전시장에 쓰였던 노란색 앵글 마저 다양하게 활용했다. 리블랭크는 노란색 앵글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을 법한 정육면체의 정글짐 모양으로 조립했다. 이전 전시에 쓰고 남은 자투리 천을 감아서 만든 ‘Jungle gym chair’가 그것. 앵글의 구멍을 익살맞게 활용한 김현주의 ‘Mr. Kim’은 나비넥타이를 맨 ‘미스터 김’ 옷걸이로 환생했다. 김영섭은 지난 전시의 한 섹션이었던 ‘Super Function’에서의 여러 수납장을 활용해 하나의 수납장 ‘카르텔’을 완성했다.

캠퍼의 전시장 벽면을 마감했던 빨간 박스테이프는 임재광에 의해 조명 기기로 호명되었다. 간단하지만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붉은 빛. 삼각뿔로 말려있는 조명은 격자무늬의 조형적 미감을 선사하며 테이프의 두께와 방향과 각도에 따라 빛의 조도를 다르게 발산한다.

캠퍼 브랜드의 디스플레이용 계단을 활용한 아이템도 재미있다.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낸 마농탄토스튜디오는 계단마다 동그란 원을 뚫어 우산꽂이라는 기능을 주었다. 우산에서 똑똑 떨어지는 빗물을 소중한 수분으로 흡수할 화분까지 비치해, 절감을 위한 다양한 기능이 환경적인 요소와 멀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계단의 형태는 마농탄토스튜디오에게 또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형태는 소재를 따른다’는 명제 하에 계단의 모양을 와인 글라스처럼 형상화 시키고 그 안의 쿠션을 갈아 끼울 수 있도록 만들어, 술잔에 다양한 술을 마시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그밖에 한 자리에 모두 소개하기에는 아까운 작업들까지 두루두루 버려진 것들을 다시 살려내는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디자인을 통한 절감을 이야기했던 전시는 디자인을 통한 재활용을 이야기한다. ‘Saving by design’이라는 지난 전시 제목에 ‘plus’라는 어찌보면 과감한 단어가 붙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재활용 시멘트 블럭으로 만든 전시공간 D+
이미 두차례의 재활용을 거친 시멘트 벽돌로 만든 공간에서 전시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전시 취지와 걸맞는다. 전시 장소가 되는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의 갤러리 D+는 공공디자인엑스포 2008 한국디자인문화재단 부스를 거쳐 디자인 메이드 2008의 전시장에 사용된 시멘트 벽돌로 조성된 공간이다. 
이장섭, 주상현과 함께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신태호의 말처럼 “실생활에서의 ‘사용’이 아닌 ‘전시’를 위한 물건들이 전시 후 폐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활용 시멘트들은 재단의 사무공간을 “전시실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 ‘환경’이나 ‘재활용’과 관련된 전시나 작품들은 그 취지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일회용 행사로 전락하기 쉽다. 디자인을 통한 다양한 ‘절감’의 방법을 모색하고, 그 이후 폐기물의 용도까지 배려하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획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을 때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개념이 다듬고 버림으로써 완벽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과 환경 내에서 끊임없이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도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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