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피동문은 영어에서 능동문을 피동문으로 바꿀 때처럼 그렇게 규칙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몇 가지 다른 방식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부터 그런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이-/-히-/-리-/-기-’와 같은 접미사를 동원하는 방식. 다음 예문에서 보듯 능동문의 타동사에 이 접미사를 붙여 피동문을 만드는 방식이 그것이다.
(1) ㄱ. 이승엽 선수를 VIP로 뽑았다.
ㄴ. 이승엽 선수가 VIP로 뽑혔다(뽑히었다).
(2) ㄱ. 형은 그때부터 소식을 끊었어요.
ㄴ. 형한테서는 그때부터 소식이 끊겼어요(끊기었어요).
(3) ㄱ. 금년에는 언제 인디카 전시회를 열지요?
ㄴ. 금년에는 언제 인디카 전시회가 열리지요?
그런데 능동문의 타동사 중에는 이런 접미사를 취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때 동원되는 방식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하다’를 ‘되다’로 바꾸는 방식이다.
(4) ㄱ. 전시회를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ㄴ. 전시회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5) ㄱ. 모데미풀의 새 군락지를 발견하였대요.
ㄴ. 모데미풀의 새 군락지가 발견되었대요.
다른 하나는 ‘지다’를 덧붙여 쓰는 방식이다. 앞의 그 어떤 방식으로도 피동문을 만들 수 없을 때 이 방식을 동원하게 된다.
(6) ㄱ. 그 많은 것을 이 동굴 안에서 만들었답니다.
ㄴ. 그 많은 것이 이 동굴 안에서 만들어졌답니다.
(7) ㄱ. 우리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ㄴ. 우리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앞의 세 가지 방식은 각각 자기 영역이 있어 서로 겹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만 동원하면 훌륭한 피동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예문에 쓰인 ‘생각되어지다’는 어떤가?
(8) ㄱ. 그것을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ㄴ.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ㄷ.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생각되어지다’는 분명히 잘못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무척 많이 쓰이고 있다.
‘발견되어지다’, ‘실현되어지다’, ‘이해되어지다’, ‘인식되어지다’, ‘평가되어지다’, ‘설치되어지다’, ‘사용되어지다’, ‘현대화되어지다’ 등등.
‘지다’가 ‘읽혀지다’에서처럼 ‘-이-/-히-/-기-/-리-’로 이루어진 피동형에 덧붙었을 때는 ‘되다’ 뒤에
군더더기로 덧붙었을 때보다는 조금은 덜 나빠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다음 예문에서 보듯이
이럴 때도 군더더기를 빼고 쓰는 게 맞기도 하려니와 더 산뜻하다.
(9) ㄱ. 요즈음은 소설을 많이 읽는다지요?
ㄴ. 요즈음은 소설이 많이 읽힌다지요?
ㄷ. 요즈음은 소설이 많이 읽혀진다지요?
‘지다’의 용법은 이것 말고도 ‘밝아지다’, ‘좋아지다’, ‘착해지다’에서처럼 형용사를 동사로 만드는 일도 하고,
“그 후부터 친정에 잘 가지지 않아요”의 ‘가지지’처럼 자동사에 쓰이기도 하고. “요즘은 글이 통 써지지 않아요”와
같은 예외도 있고 이래저래 좀 복잡한 데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다음의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되다’를 ‘되어지다’로 쓰지 말자. ‘되다’에 ‘-어지다’를 덧붙이는 것은 물자 낭비며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사용되어지다>와 같은 표현은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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